2015.12 [인용] 연금술사
위대한 업의 비밀을 알고,
그 비밀을 사용할 줄 아는
연금술사 J에게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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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자유롭게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즐거움조차 잊게 만드는 그런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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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다 내게만 의지해 본능에 따라 사는 법을 잊어버렸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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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옷이 다름의 의미를 지니는 것처럼, 산티아고에게도 자신의 존재의미가 있었다.
그의 부모는 그가 신부가 되어 단지 먹을 것과 물을 얻기 위해 일하는 생활을 벗어나 보잘것없는 시골 집안의 자랑이 되어주기를 바랐다.
그는 더 넓은 세상을 알고 싶었다. 그것은 신이나 인류의 죄악에 대해 아는 것보다 중요한 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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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전 양치기가 되겠어요."
"그리고 세상으로 나가 맘껏 돌아다녀."
소년은 아버지의 눈을 보고 알 수 있었다. 그 역시 세상을 떠돌고 싶어한다는 걸. 물과 음식, 그리고 밤마다 몸을 누일 수 있는 안락한 공간 때문에 가슴속에 묻어버려야 했던, 그러나 수십 년 세월에도 한결같이 남아 있는 그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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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가슴에 품어온 큰 꿈을 매일 실현하는 것, 바로 세상을 여행하는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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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양들이 새로운 길에 관심이 없다는 거야. 양들은 목초지가 바뀌는 것이나 계절이 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지. 저놈들은 그저 물과 먹이를 찾는 일밖에 몰라.’
‘하지만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런지도 모르지. 나만 해도 그 소녀를 알게 된 후로는 다른 여자들 생각을 안 하니까.’
‘인생을 살맛나게 해주는 것 꿈이 실현되리라고 믿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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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험을 해보기로 작정했다. 양치기는 언제나 늑대나 가뭄 같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런데 바로 그런 위험이 양치기라는 직업을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주는 것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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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네는 거기서 자네를 부자로 만들어줄 보물을 발견하게 되는 거야.“
“지극히 단순한 것이 실은 가장 비범한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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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똑같은 사람들하고만 있으면–산티아고가 신학교에 있을 때 그랬던 것처럼-그들은 우리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해버린다. 그렇게 되고 나면, 그들은 우리 삶을 변화시키려 든다. 그리고 우리가 그들이 바라는 대로 바뀌지 않으면 불만스러워한다. 사람들에겐 인생에 대한 나름의 분명한 기준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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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새로운 게 없는 책이야. 이미 다른 책들에 다 있는 얘기들이지.”
“자기 몫의 운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무력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그런데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터무니없는 사기를 치고 있다네.”
“우리 존재에게 주어진 어떤 정해진 순간에 우리는 자신의 운명에 대한 통제력을 잃게 되고, 결국 운명에 지배당하게 된다는 이야기 말야. 터무니 없는 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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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자네가 자아의 신화를 이룰 수 있게 되었다는 걸세.”
‘자아의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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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자네가 항상 이루기를 소망해오던 바로 그것일세. 우리들 작자는 젊음의 초입에서 자신의 자아의 신화가 무엇인지 알게 되지. 그 시절에는 모든 것이 분명하고 모든 것이 가능해 보여. 그래서 젊은이들은 그 모두를 꿈꾸고 소망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다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그 신화의 실현이 불가능함을 깨닫게 해주지.”
‘알 수 없는 어떤 힘’
“그것은 나쁘게 느껴지는 기운이지. 하지만 사실은 바로 그 기운이 자아의 신화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네. 자네의 정신과 의지를 단련시켜주지.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어.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때문이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게 이 땅에서 자네가 맡은 임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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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던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내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부과된 유일한 의무지. 세상 만물은 모두 한가지라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저 사람도 어릴 때 떠돌아다니기를 소망했지. 하지만 팝콘 손수레를 하나 사서 몇 년 동안은 돈을 버는 게 좋겠다고 결심한 모양이다. 좀더 나이가 들면 한 달 정도 아프리카를 여행하게 되겠지. 어리석게도 사람에게는 꿈꾸는 것을 실현할 능력이 있음을 알지 못한 거야.”
“저 사람도 그 생각을 했었다네. 하지만 팝콘 장수가 양치기보다 남보기 근사하다고 생각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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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자아의 신화보다는 남들이 팝콘 장수와 양치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되어버린 거지.”
“자네가 자아의 신화를 위해 살려고 하기 때문일세. 그런데 지금 자네는 포기하려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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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삶의 이유를 무척 빨리 배우는 것 같아. 아마도 그래서 그토록 빨리 포기하는지도 몰라. 그래, 그런게 바로 세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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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손에 넣지도 못한 것을 두고 약속을 하겠다고? 그렇게 되면 반드시 찾아내겠다는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어.”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인생의 모든 일에는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는 것을 배우는 건 좋은 일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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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진리의 음성을 들은 듯했다.
만약 노인이 들려준 이야기를 해준다면 팝콘 장수는 사흘 밤낮을 고민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자신의 팝콘 수레에 너무 길들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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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만난 그 시간, 저주나 받으라지.’
그가 양들을 떠난다면 양들은 견디지 못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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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보물과 양들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셈이군.’ 산티아고는 이미 익숙해져 있는 것과 가지고 싶은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그녀에겐 모든 날들이 다 똑같을 것이고, 그건 다름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좋은 일들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루하루가 매일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똑같을 수밖에 없느니 말이다.
‘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내가 태어난 고향의 성을 떠나왔어. 그들은 이제 내가 그들 곁에 없는 것에 익숙해졌고, 나 또한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해졌지. 양들도 곧 내가 없는 것에 익숙해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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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는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바람의 자유가 부러웠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자신 역시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는 사실을. 떠나지 못하게 그를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자신말고는.
양들, 양털 가게 주인의 딸, 그리고 안달루시아의 평원은 그에게 단지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가는 과정들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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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섭리’
‘초심자의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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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의 삶이 자네가 자아의 신화를 이루며 살아가기를 원하기 때문일세.”
“보물이 있는 곳에 도달하려면 표지를 따라가야 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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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자네 스스로 결정을 내리도록 하게."
이제부터는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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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다 한가지라는 것을 명심하게. 또한 표지가 말하는 것을 잊지말게. 특히 자네 자아의 신화를 끝까지 멈추지 말고 가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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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있는 집에 대해 모르면서 사람을 신용할 수는 없는 법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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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 데 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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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바라는 것은 먹이와 물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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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오직 보물과, 그것을 얻을 방법에 대해서만 생각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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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자신이 돌아다닐 초원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훤하게 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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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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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운명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면 남에게 물어봐서는 안 되는 일도 있다는 걸 이해했던 것이다. “나 자신의 결정을 따르기로 약속했었지.”
따지고 보면, 이것이야말로 그가 원하던 일이었다. 그는 진정 새로운 세상을 알고 싶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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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계는 텅 빈 시장의 모습을 하고 그의 눈앞에 있었다.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이 세상은 도둑에게 가진 것을 몽땅 털린 불행한 피해자의 눈으로도 볼 수 있지만, 보물을 찾아나선 모험가의 눈으로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보물을 찾아나선 모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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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주머니엔 동전 한푼 없었지만, 그에겐 삶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그는 어젯밤에 모험가가 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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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인의 얼굴에는 특별한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기쁨으로 충만하고 삶을 향해 활짝 열려 있는 그의 얼굴에는 진지하게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사람의 아름다운 미소가 깃들어 있었다.
‘이 과자 장수는 세상을 여행하고 싶다거나 가게 주인의 딸과 결혼하기 위해서 과자를 만들어 파는 건 아니겠지. 그래, 그는 그저 이 일이 좋아서 하는 걸 거야.’
그건 어떤 사람이 자신의 자아의 신화와 가까이 있는지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알아보는 일이었다.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무언의 언어가 있는게 틀림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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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에는 너무 익숙해 아무런 깨달음도 주지 않았던 것들로부터.
‘만약 내게 무언의 언어를 해독할 능력이 있다면, 이 세계 전체를 해독할 수 있을 거야.’
“세상 만물은 모두 한가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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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안과 걱정은 이날도 예외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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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부터 똑같이 반복해온 오전 일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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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는 결정이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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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끝낸 그는 주인에게 먹을 것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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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까지만해도 청년의 얼굴에 충만했던 밝은 기운이 갑자기 송두리째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
“제겐 양을 살 돈이 필요하거든요.”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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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위험은 양과 양치기들에겐 삶의 일부일 뿐이지요.“
“지금 버는 돈으로도 나는 더 잘살 수 있고, 자네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양을 살 수 있을 텐데, 무얼 더 바라나?”
“우린 표지를 좇아야 합니다.”
“그런 행운이 따르는 건 자네의 삶이 자네가 자아의 신화를 이루며 살아가길 원하기 때문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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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이란 이제 그에게 가슴 아픈 추억일 뿐이어서 가능하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하긴 아저씨는 한 번도 여행하는 꿈을 가져보지 못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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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가까이 오면 우리는 그걸 이용해야 합니다. 기회가 우리를 도우려 할 때 우리도 기회를 도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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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저씨는 왜 지금이라도 메카에 가지 않는 거죠?”
“난 내 꿈을 실현하고 나면 살아갈 이유가 없어질까 두려워.”
“다만 내게 다가올지도 모르는 커다란 절망이 두려워 그냥 꿈으로 간직하고 있기로 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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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꿈을 보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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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주인에게 메카가 그런 것처럼 그에게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이제 멀리 떨어져 있는 꿈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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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원하는 게 무언지 언제나 알고 있어야 해. 잊지 말게.”
산티아고는 이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목표를 위해 일하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가 대견스러웠다.
산티아고는 이제 표지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곧장 상점 주인에게 가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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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삼십 년 동안 이 가게를 운영해왔네.”
“나는 내 가게와 그 규모, 그리고 손님들에게 익숙해져있어. 자네가 크리스털 잔에 차를 담아 팔면 가게 일은 더 잘될 거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난 내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해.”
“좋은 일 아닌가요?”
“다시 말하지만 난 내 삶에 무척 익숙해져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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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도 모르고, 또 달라지고 싶지도 않네. 난 지금 이대로의 내 상황이 만족스러워.”
“난 인생에서 더 이상 바라는 게 없었다네. 하지만 자네는 내가 까맣게 잊어버렸던 부와 미래를 보게 만들었지. 내게 여러 가지 큰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하지만 이전의 내 상태보다 더 좋게 느껴지지가 않아. 내가 모든 것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 알게 되었지만, 정작 그것들을 원하지 않으니 말일세.”
‘팝콘 장수 이야기를 해주지 않은 게 다행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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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여섯 달이 또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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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무 생각 없이 사막의 냄새를 싣고 오는 바람 소리만을 들으며 조용히 담배를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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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또한 자네가 양을 사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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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렇게 오랫동안 그 노인과의 만남을 잊고 지내왔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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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꿈을 포기하지 말게. 표지를 따라가.”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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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움 한편으로, 처음 가져보는 강렬한 자기 확신의 느낌이 기분 좋게 몸을 감쌌다. 세상을 정복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순간 자신의 결정이 더 이상 기쁘지 않았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거의 일 년을 꼬박 일했다. 느닷없이 그 꿈이 진정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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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다면 언제든 양치기로 돌아갈 수 있어. 양을 돌보는 법은 이미 배웠으니. 절대 잊어버리는 일은 없겠지. 하지만 이집트의 피라미드에 갈 수 있는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거야.’
‘어찌되었든 보물에 두 시간 거리만큼 더 가까이 와 있는 셈 아닌가. 이 두 시간 거리를 오는 데 꼬박 일 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거야.’
‘난 내가 왜 양들에게 돌아가기를 원하는지 알아. 난 양들을 알아. 양들은 내게 많은 일을 요구하지 않고 , 난 양들을 좋아하지. 사막도 좋아질지는 알 수 없지만, 그곳엔 나의 보물이 숨겨져 있어. 설사 보물을 찾지 못한다 해도 언제고 집으로 돌아갈 수는 있을 거야. 내 인생이 내게 또 한번 이렇게 충분한 돈을 주었고, 필요한 시간도 있는데, 못 할 게 뭐 있겠어?’
그는 언제든지 양치기로 돌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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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아의 신화를 살아가는 사람 곁에 항상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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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의 결정에 대해 아직도 어느 정도 의심을 갖고 있었다.
'결정이란 단지 시작일 뿐이라는 점이었다. 어떤 사람이 한 가지 결정을 내리면 그는 세찬 물줄기 속으로 잠겨들어서, 결심한 순간에는 꿈도 꿔보지 못한 곳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보물을 찾으러 가겠다고 결심했을 때만 해도 크리스털 상점에서 일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지. 마찬가지로 이 대상들을 따라 사막을 건너기로 한 것도 내가 결정한 일이긴 하지만 앞으로의 여정은 아무도 알 수 없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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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것은 하나의 표지인 것 같군.”
“삶의 모든 것이 다 표지야.”
“천지만물은 그것이 창조되던 태초에는 온 세상이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잊혀져버린 어떤 언어에 의해 만들어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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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과 ‘우연의 일치’라는 말에 대해 기록하고 싶군 그래. 이 단어들은 우주의 언어로 기록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이야.”
“나는 보물을 찾으러 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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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일치라는 건 존재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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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한 가지 일이 다른 일에 연결되는 신비로운 사슬에 관한 이야기였다.
‘자신의 꿈에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자아의 신화는 더욱더 살아가는 진정한 이유로 다가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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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는 시간의 힘과 그로부터 솟아나는 지혜가 느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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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반드시 그여야 했던 건 아니었다. 어쩌면 그는 지금 모든 사람들의 현재와 과거를 알게 하는 우주의 언어를 배우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그는 ‘예감’이라는 것이 삶의 보편적인 흐름 한가운데, 그러니까 세상 사람들의 모든 이야기들 속에 그럴 수밖에 없는 어떤 방식으로 펼쳐져 있는 것임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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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을 다른 길로 돌아 갔어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언제나 일정한 방향을 향해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상 행렬을 바라보거나 바람 소리를 듣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었다.
책을 펼칠 때면 언제나 무언가 중요한 것을 만나게 되는 건 그에게는 하나의 미신과도 같은 것이었지만, 책은 이젠 그에게 그저 무게만 나가는 쓸모없는 물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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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목숨이나 농사일처럼 우리가 현재 갖고 있는 것들을 잃는 일이오. 하지만 이러한 두려움은, 우리의 삶과 세상의 역사가 다같이 신의 커다란 손에 의해 기록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나면 단숨에 사라지는 거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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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바로 만물을 움직이는 원리야. 사람은 무언가를 진심으로 바랄 때 만물의 정기에 가까워지는 거야. 그것이야말로 궁극의 힘이지."
“이 지구는 살아 있는 존재니까. 정기를 가진 땅덩어리란 얘기야. 우리는 그 정기의 일부분이고.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자네가 그 크리스털 가게에서 일하는 동안 크리스털 그릇들 역시 자네의 성공을 위해 애를 썼을 거라는 거야.”
“난 대상 행렬이 사막을 건너는 것을 쭉 지켜봤어요. 대상 행렬과 사막은 같은 언어로 이야기 해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사막은 대상 행렬이 자신을 건너갈 수 있도록 허락하는 것이겠지요. 사막은 대상 행렬이 자신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나는 곳마다 끊임없이 시험을 해요. 우리들 중 누군가가 아주 대단한 용기를 가지고 있다 해도 이러한 사막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여행은 시시각각 엄청난 고난의 연속일 거예요.”
“이제부터는 나도 행렬을 좀더 주의깊게 지켜봐야겠군.”
“나는 선생이 갖고 있는 책들을 읽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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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만물은 서로 다르게 표현되어 있지만 실은 오직 하나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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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언어를 발견하는 데는 사람들과 표지들을 관찰하는 걸로 충분한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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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에는 어떤 정기가 흐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정기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사물의 언어도 이해할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숱한 연금술사들이 자아의 신화를 살아냈고 끝내는 ‘만물의 정기’와 ‘철학자의 돌’과 ‘불로장생의 묘약’을 발견해냈더군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이 모든 적이 에메랄드 판 하나에 새길 수 있을 만큼 아주 간단한 진리라는 사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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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방식으로 배우는 거야. 저 사람의 방식과 내 방식이 같을 수는 없어. 하지만 우리는 제각기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길이고, 그게 바로 내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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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금 과거를 사는 것도 미래를 사는 것도 아니니까. 내겐 오직 현재만이 있고, 현재만이 내 유일한 관심거리요. 만약 당신이 영원히 현재에 머무를 수만 있다면 당신은 진정 행복한 사람일게요. 생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오직 이 순간에만 영원하기 때문이오.”
“그런데 어째서 우리는 지금 당장 저곳으로 가지 않는 거죠?”
“지금은 잘 시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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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이 바로 현재의 순간이고, 낙타몰이꾼이 말한 잔치의 순간이기도 했다. 그는 과거의 교훈이나 미래의 꿈을 살아내는 것처럼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살고 싶었다. 그러나 이 순간, 그에게 이 광경은 그늘이요, 물이요, 전쟁으로부터의 피난처였다.
‘세상은 참으로 많은 언어로 이야기를 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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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아마도 인간이 야자나무 숲을 보고 기뻐하게 할 요량으로 사막을 만드셨으리라.’
‘어째서 이러한 비밀을 꼭 말로 전하게 되었는지 모르겠군.’
‘만물은 순수한 생명으로부터 비롯되었으며, 그 생명은 그림이나 말로는 포착하기 어려우니 반드시 계시를 통해 전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그림과 말의 매혹에 끊임없이 탐닉하다, 결국 만물의 언어를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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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영혼의 세계를 떠돌다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아온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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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는 자신의 보물을 생각했다. 그가 자신의 꿈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어려움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자아의 신화를 추구하는 사람의 끈기와 용기를 시험하는 시련뿐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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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해하지 말자.’
‘낙타몰이꾼이 얘기한 대로, 먹을 때는 먹기만 하는 거야. 그리고 길을 떠나야 할 때는 떠나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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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자아의 신화를 찾으려 하면, 우주만물이 그를 도와준다고 늙은 왕은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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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상의 모든 존재들이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만물의 언어’의 가장 본질적이고 가장 난해한 부분과 맞닥뜨렸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사랑이었다.
순수한 만물의 언어였다.
그러나 그들은 우주의 언어를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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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라면 누구나 자신의 보물을 찾으러 가지요.”
“그리고 사막의 여자들은 자신들의 용사를 자랑스러워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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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나는 사막이 내게 최고의 선물을 가져다주기를 꿈꿔왔어요. 그리고 마침내 그 선물을 받았지요. 바로 당신이에요.”
“나는 당신 꿈의 일부이고, 당신이 자주 얘기하는 자아의 신화의 일부이기도 해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당신이 여행을 계속하길 원해요. 당신이 찾는 그곳으로 말예요. 만일 전쟁이 끝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면 그렇게 하세요. 하지만 그전에 떠나야 한다면 당신의 신화를 향해 떠나세요. 사막의 모래언덕은 바람에 따라 변하지만, 사막은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랍니다. 우리의 사랑도 사막과 같을 거예요.”
“내가 만일 당신 신화의 일부라면, 언젠가 당신은 내게 돌아올 거예요.”
page 165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것을 요구했다.
“그들은 모든 것의 일부분이며, 마침내 만물의 정기로 변하는 거예요. 나는 사막의 여자이고 그게 자랑스러워요. 내 남자 역시 모래언덕을 움직이는 바람처럼 자유로이 길을 가길 원해요. 구름 속에서, 짐승들에게서, 샘줄기 속에서 내 남자를 볼 수 있길 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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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져서는 안 돼.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야말로 이제껏 ‘위대한 업’을 시도해 보려던 내 의지를 꺾었던 주범이지. 이미 십 년 전에 시작할 수 있었을 일을 이제야 시작하게 되었어. 하지만 난 이 일을 위해 이십년을 기다리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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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의 개념과는 별개인 사랑이란 정말 무엇일까.’
그에게 그것을 납득시켜줄 무언가가 있다면 바로 사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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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할 때엔 모든 사물들이 한층 더 의미를 갖게 되지.’
“언제나 표지들을 따라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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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물들은 그 어떤 것도 스스로 드러내지 않았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지켜보며 만물의 정기를 꿰뚫어보는 방법을 발견해낸 것은 바로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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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난 어떻게 미래를 짐작할 수 있을까? 그건 현재의 표지들 덕분이지. 비밀은 바로 현재에 있네. 현재에 주의를 기울이면, 현재를 더욱 나아지게 할 수 있지. 현재가 좋아지면, 그 다음에 다가오는 날들도 마찬가지로 좋아지는 것이고. 하루하루의 순간 속에 영겁의 세월이 깃들어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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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제 두 눈은 아직 사막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곳 사람들은 너무 자주 봐서 오히려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들이 제 눈에는 보이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나는 만물의 정기를 알고 있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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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따지고 보면 자아의 신화를 좇기 위해 가지고 있는 양들을 모두 팔았던 그날부터가 이미 커다란 도박이었다. 낙타몰이꾼이 얘기한 대로 내일 죽는 것이나 다른 날 죽는 것이나 매한가지였다. 하루하루는 살거나 이 세상을 뜨거나 어느 한쪽을 위해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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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집을 떠나온 후로 그는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았다. 내일 죽게 될지라도, 그의 두 눈은 다른 양치기들이 본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보지 않았는가. 그는 그게 자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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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목숨을 건질 겁니다. 만물의 정기를 꿰뚫어보는 능력이 제게 있으니까요.”
청년의 가슴속에서, 알 수 없는 기쁨이 솟구쳤다. 자신은 이제 자아의 신화를 위해서, 그리고 파티마를 위해서 죽게 되리라. 표지들이 보여준 것은 끝내 사실이었던 것이다. 그는 죽음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만물의 정기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잠시 후면 그 정기의 일부가 될 터였다. 그리고 내일이면 눈앞의 적 또한 만물의 정기의 일부로 변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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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이 낯선 땅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자아의 신화를 찾으러 왔습니다. 당신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어떤 것을 찾아서."
“그대의 용기를 시험해본 것이네. 용기야말로 만물의 언어를 찾으려는 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니.”
“아무리 먼 길을 걸어왔다 해도, 절대로 쉬어서는 안 되네. 사막을 사랑해야 하지만, 사막을 완전히 믿어서는 안 돼. 사막은 모든 인간을 시험하기 때문이야. 내딛는 걸음마다 시험에 빠뜨리고, 방심하는 자에게는 죽음을 안겨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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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바람이 세차게 불 때마다 모습을 바꾸는 모래언덕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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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어느 한 가지 일을 소망할 때, 천지간의 모든 것들은 우리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뜻을 모은다네.”
이제까지의 긴 여행에서 마주친 모든 사람들은 그가 자아의 신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그의 길 위에 서 있었던 것이다.
“그대는 알아야 할 모든 것들을 이미 알고 있어. 나는 다만 그대의 보물이 있는 방향으로 그대가 나아갈 수 있도록 해줄 따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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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들 중 어느 하나도 피라미드에 가까이 있지 않네.”
“제게는 파티마가 있습니다. 제가 얻어낸 어떤 것들보다도 더 큰 보물이지요."
“그녀 또한 피라미드에 가까이 있지 않아.”
별빛을 압도하는 환한 달을 바라보았다.
“상사가 전투를 앞두고 휴식을 취하듯 그대도 쉬게. 하지만 그대의 마음이 있는 곳에 그대의 보물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게. 그대가 여행길에서 발견한 모든 것들이 의미를 가질 수 있을 때 그대의 보물은 발견되는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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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있는 생명을 내게 보여주게. 사막에서 생명을 찾을 수 있는 사람만이 보물을 찾을 수 있네."
“생명은 생명을 부르는 법."
그는 곧바로 말의 고삐를 놓아버렸다. 그러자 말은 바위와 모래 벌판을 제 마음대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곳에 생명이 있습니다. 저는 사막의 언어를 모르지만, 제 말은 생명의 언어를 알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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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지 말게. 저놈은 금 밖으로 나오지 않아. 그대가 사막에서 찾아낸 저 생명이 바로 내가 필요로 했던 표지일세.”
“피라미드가 사막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지."
그러나 산티아고는 피라미드 이야기라면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보물을 찾는 여정을 계속한다는 것은 파티마와 헤어져야 한다는 의미였다.
“저는 오아시스에 남고 싶습니다. 이곳 오아시스에서 저는 파티마를 만났습니다. 파티마는 제겐 보물보다 더 소중한 존재입니다.”
“파티마는 사막의 여자일세. 남자들이란 떠나야만 한다는 걸,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도 떠나야만 한다는 걸 알고 있는 사막의 여인이란 말일세. 그대만 보물을 만난 게 아니네. 그녀 또한 자신의 보물을 만났지. 바로 그대일세. 그녀는 이제 그대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진심으로 기원하고 있네.”
“제가 이곳에 남기로 한다면요?”
“그후에 일어날 일들을 그대에게 말해줌세. 그대는 오아시스의 고문이 될 걸세. 그대에게는 많은 양과 낙타를 살 수 있는 충분한 돈도 있어. 그리고 그대는 파티마와 결혼하게 되지. 처음 일 년간은 두 사람 모두 행복할 것이네. 사막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오만 그루의 야자나무를 한 그루 한 그루 알아가게 될 걸세. 그 나무들이 어떻게 자라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를 어떻게 보여주는지도 깨닫게 될 것이네. 그러면서 표지를 이해하는 능력도 조금씩 나아질 걸세. 사막은 가장 위대한 스승이기 때문이지.
이 년째 되는 해, 그대는 보물의 존재를 기억하게 될 것이네. 표지들은 집요하게 보물의 존재에 대해 말하기 시작할 테고, 그대는 그것을 잊으려 무진 애를 쓸 걸세. 그대는 그대의 지식을 오직 오아시스와 오아시스 주민들의 행복을 위해서만 쓰겠지. 부족장들은 그것을 고맙게 생각할 것이고. 그대의 낙타들은 그대에게 부와 권력을 가져다줄 것이네.
삼 년째 되는 해에도 표지들은 그대의 보물과 자아의 신화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할 것이네. 그대는 밤마다 오아시스를 배회하고, 파티마는 자신이 그대의 길을 가로막았다는 자책감으로 번민하는 슬픈 여인이 될 것이네. 그럴수록 그대는 그녀를 더욱 사랑하고, 그녀도 그대를 변함없이 사랑할 것이야. 그러다 어느 순간, 그대는 그녀가 한 번도 그대에게 오아시스에 머물러달라고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될 걸세. 사막의 여인은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릴 줄 알기 때문이지. 그러니 그대는 그녀를 원망할 수 없을 것이네. 하지만 숱한 밤, 모래사막과 야자나무 숲을 배회하면서, 그대는 그대의 길을 계속 갈 수도 있었다고, 파티마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좀 더 믿어도 좋았으리라고 생각하게 되겠지. 그대를 오아시스에 머물게 한 것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그대 자신의 두려움이었기 때문이지. 그리고 그럴 즈음. 표지들은 그대의 보물이 영원히 땅속에 묻혀버렸다는 걸 알려줄 것이네.
사 년째 되는 해, 표지들은 그대를 떠날 것이네. 그대가 들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부족장들은 그걸 알아차리고 그대에게서 고문의 자리를 빼앗아갈 걸세. 그때쯤 그대는 아주 부유한 상인이 되어 있겠지. 하지만 그대는 밤이면 사막의 야자나무 숲을 서성거리며 번민하게 될 걸세. 자아의 신화를 이루지 못했고 다시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것을 아프게 깨달으며 말이지.
명심하게. 사랑은 어떤 경우에도,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한 남자의 길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네.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만물의 언어를 말하는 사랑, 진정한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지.“
하지만 그는 이미 연금술사로부터 사랑과 보물, 사막의 여인과 자아의 신화에 대해 잊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어버린 뒤였다.
“함께 가겠습니다.”
산티아고가 말했다. 그 순간, 마음이 말할 수 없이 평온해졌다.
“내일 해 뜨기 전에 떠나세.”
연금술사는 짧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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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러한 행동이 오아시스의 관습에 어긋난다는 것은 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런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난 떠납니다. 내가 다시 돌아오리라는 걸 믿어주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그대를 사랑한 것은......”
그가 말했다.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일 분, 사랑에 이유는 없어요.”
파티마가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내가 그대를 사랑하게 된 것은 내가 꿈을 꾸었고, 어느 늙은 왕을 우연히 만났고, 크리스털을 팔았고, 사막을 건너왔고, 부족들이 전쟁을 선포했고, 연금술사를 찾아 그 우물가에 갔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건 모든 천지만물의 섭리가 나를 그대에게 이르도록 했기 때문이에요.”
“반드시 돌아올 겁니다.”
“예전에는 막연한 희망 속에서 사막을 바라보았지만 이제부턴 소망과 함께예요. 어느 날 아버지는 돌연 떠나셨지만, 다시 어머니에게로 돌아오셨어요. 그리고 이젠 언제나 돌아오시죠.”
“난 꼭 돌아옵니다. 그대의 아버지가 어머니에게로 돌아오셨던 것처럼.”
“난 사막의 사람이에요. 하지만 그보다 먼저 여자이지요.”
하지만 모든 게 변해 있었다.
이제 그녀에게 오아시스는 텅 빈 곳이었다.
꿈과 보물을 찾아 길을 떠난 용기 있는 남자를 기다리며 살고 있다고 그에게 전해주기를 소망할 터였다.
그날 이후 사막은 그녀에게 단 하나의 의미, 그가 돌아오리라는 소망으로만 남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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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뒤에 두고 온 것들은 생각지 말게. 모든 것은 만물의 정기 속에 새겨져 영원히 거기 모물 테니.”
“사람들은 떠나는 것보다 돌아오는 것을 더 많이 꿈꿉니다.”
“만일 그대가 찾은 것이 순수한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면, 그것은 결코 썩지 않고 영원할 것이네. 그리고 그대는 언제나 되돌아 갈 수 있지만, 그대가 본 것이 별의 폭발과도 같은 일순간의 섬광에 지나지 않는다면, 돌아가도 빈손일 수밖에 없어. 하지만 그대는 폭발하는 빛을 본 것이니, 그것만으로도 고된 삶을 살아갈 가치가 있는 게지.”
하지만 산티아고는 그가 파티마에 대해 말하려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뒤에 두고 온 것들을 생각에서 지우기란 힘든 일이었다.
‘아마도 저 연금술사는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이 없을 거야.’
꼬박 일 주일동안 그들은 침묵에 잠긴 채 길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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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대의 여행도 곧 끝날 것이네. 자아의 신화를 좇아 여기까지 온 것을 축하하네.”
“배움에는 행동을 통해 배우는, 단 한 가지 방법이 있을 뿐이네. 그대가 알아야 할 모든 것들은 여행을 통해 다 배우지 않았나. 이제 남은 건 한 가지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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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단지 금만을 구했네. 자아의 신화, 그 보물에만 집착했을 뿐 자아의 신화를 몸소 살아내려고는 하지 않았지.”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단순한 것들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책을 쓰며 해석학이나 철학 연구로 나아갔지. 그러면서 그들은 사람들보다 더 나은 길을 알고 있다고 자부하기 시작했네.”
“에메랄드 판은 오늘날에도 계속 살아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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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논리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네. 현자들은 이 세상이 다만 하나의 영상이요, 천상계의 투영일 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네. 이 세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 세상보다 더 완벽한 세상의 존재를 보증해주는 것이지. 신은 눈에 보이는 것들을 통해 당신 영혼의 가르침과 당신의 경이로운 지혜를 깨달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이 세상을 창조하셨네. 그것이 바로 내가 ‘행동’이라고 부르는 것일세.”
“하지만 그대는 지금 사막에 있으니, 차라리 사막 속에 깊이 잠겨보게. 사막을 이해하려고 할 필요는 없네. 모래 알갱이 하나를 들여다보기만 해도, 마음 속에서 천지창조의 모든 경이를 볼 수 있을 것이니.”
“그대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게. 그대의 마음이 모든 것을 알 테니. 그대의 마음은 만물의 정기에서 태어났고, 언젠가는 만물의 정기 속으로 되돌아갈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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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는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애쓰고 있었다. 알 수 없는 것이 마음이었다. 예전에는 마음이 늘 어디로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더니, 이제는 모든 것을 다 버리고서라도 어느 한곳에 이르기를 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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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우리는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거죠?”
“그대의 마음이 가는 곳에 그대의 보물이 있기 때문이지.”
“제 마음은 변덕스럽습니다. 꿈을 꾸는 듯하다가도 동요하고, 이제는 사막의 한 여인과 사랑에 빠져버렸습니다. 그녀 생각에 빠져 있을 때면, 마음은 이것저것 물어대며 숱한 밤을 잠 못 들게 합니다.”
“좋아, 그건 그대의 마음이 살아 있다는 증거라네. 마음이 그대에게 말하려는 것에 귀를 기울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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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마음은 참으로 간사합니다.”
“마음은 제가 이대로 계속 가는 걸 원치 않아요.”
“바로 그걸세. 그건 그대의 마음이 살아 있다는 증거일세. 그대가 마침내 얻어낸 모든 것들을 한낱 꿈과 맞바꾸는 데 두려움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지.”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제가 제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거죠?”
“그대가 그대의 마음을 고요히 할 수 없기 때문이네. 아무리 그대가 듣지 않는 척해도, 마음은 그대의 가슴속에 자리할 것이고 운명과 세상에 대해 쉴새없이 되풀이해서 들려줄 것이네.”
“제 마음이 이토록 저를 거역하는데도요?”
“거역이란 그대가 예기치 못한 충격이겠지. 만일 그대가 그대의 마을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그대의 마음도 그대를 그렇게 놀라게 하지는 않을 걸세. 왜냐하면 그대는 그대의 꿈과 소원을 잘 알고, 그것들을 어떻게 이끌어가야 하는지도 알 것이기 때문이네. 아무도 자기 마음으로부터 멀리 달아날 수는 없어. 그러니 마음의 소리를 귀담아듣는 편이 낫네. 그것은 그대의 마음이 그대가 예기치 못한 순간에 그대를 덮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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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부리는 술책과 꾀를 알게 되었고, 결국은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받아들였다. 마음이 이제는 행복하다고 그에게 말해주었다.
‘인간의 마음은 정작 가장 큰 꿈들이 이루어지는 걸 두려워해. 자기는 그걸 이룰 자격이 없거나 아니면 아예 이룰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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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고통받을까 두려워하고 있어요.”
“고통 그 자체보다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더 나쁜 거라고 그대의 마음에게 일러주게. 어떠한 마음도 자신의 꿈을 찾아나설 때는 결코 고통스러워하지 않는 것은, 꿈을 찾아가는 매순간이란 신과 영겁의 세월을 만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라고 말일세.”
‘한낱 양치기에게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일들, 그래 그런 것들을 감히 해보겠다는 용기가 없었다면 꿈도 꿀 수 없었을 것들을 말이야.’
그의 마음은 만물의 정기로부터 나온 이야기들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모래 알갱이 하나는 천지창조의 한 순간이며, 그것을 창조하기 위해 온 우주가 기다려온 억겁의 세월이 담겨 있다고 했다.
‘지상의 모든 인간에게는 그를 기다리는 보물이 있어. 그런데 우리들, 인간의 마음은 그 보물에 대해서는 거의 얘기하지 않아. 사람들이 보물을 더 이상 찾으려 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어린아이들에게만 얘기하지. 불행히도, 자기 앞에 그려진 자아의 신화와 행복의 길을 따라가는 사람은 거의 없어. 사람들 대부분은 이 세상을 험난한 그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세상은 험난한 것으로 변하는 거야. 그건 우리가 가르쳐준 길을 따라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걸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지.’
“어째서 마음은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자신의 꿈을 따라가야 한다고 말해주지 않는 거죠?”
“그럴 경우,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마음이기 때문이지. 마음은 고통받는 걸 좋아하지 않네.”
그는 마음에게 절대로 자신을 버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이 꿈에서 멀어지려 하면, 자신을 가슴속에 꽉 붙잡아두고 경적의 신호를 보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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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는 산티아고의 마음이 만물의 정기로 되돌아왔음을 알아차렸다.
“그대의 마음은 이제 그대에게 보물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으니.”
“누군가 꿈을 이루기에 앞서, 만물의 정기는 언제나 그 사람이 그 동안의 여정에서 배운 모든 것들을 시험해보고 싶어하지. 만물의 정기가 그런 시험을 하는 것은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네. 그건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것말고도, 만물의 정기를 향해 가면서 배운 가르침 또한 정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일세.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기하고 마는 것도 바로 그 순간이지. 무언가를 찾아나서는 도전은 언제나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되고, 반드시 ‘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는 것이네.”
산티아고는 자기 고향의 오랜 속담 하나를 떠올렸다. ‘가장 어두운 시간은 바로 해 뜨기 직전’ 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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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아주 간단한 세상의 법칙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네. 눈앞에 아주 엄청난 보물이 놓여 있어도, 사람들은 절대로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네. 왜인 줄 아는가? 사람들이 보물의 존재를 믿지 않기 때문이지.”
산티아고의 마음은 점점 더 고요해져갔다. 과거나 미래의 일에 대해 더 이상 근심하지도 않았다. 그의 마음은 사막을 주시하고 그와 더불어 만물의 정기를 음미하는 것에 기꺼이 만족했다. 그와 그의 마음은 이제 서로를 배신할 수 없는, 절친한 친구가 되었다.
마음은 그에게 그가 지닌 훌륭한 장점들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 양들을 버리고 자아의 신화 를 찾아나선 용기와 크리스털 가게에서 보여주었던 열정 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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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언제나 사람들을 도와주나요?”
“주로 자아의 신화를 살아가는 사람들만 도와주지.”
“그대의 마음이 말하는 바를 신뢰하되, 그대가 사막에 있다는 것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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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들은 하나야.’
“눈은 영혼의 힘을 보여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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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이라면 그대도 이미 알고 있네. 만물의 정기 속으로 깊이 들어가 만물의 정기가 우리 각자를 위해 예정해둔 보물을 찾아내기만 하면 되는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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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연금술사들을 나는 알고 있네. 그들은 실험실에 틀어박힌 채 자신들도 마치 금처럼 진화하고자 노력했지. 어떤 한 가지 사물이 진화할 때 그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도 더불어 진화한다는 걸 그들은 알고 있었던 걸세.
납과 구리, 쇠에게도 역시 이루어야 할 자아의 신화가 있다는 걸 잊었던 걸세. 다른 사물의 자아의 신화를 방해하는 자는 그 자신의 신화를 결코 찾지 못하는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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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언제나 그 소라껍질 속에 있네. 그게 바로 그 소라껍질의 자아의 신화이기 때문이지. 그리고 바다는 소라껍질을 결코 떠나지 않을 걸세. 이 사막이 또다시 파도로 뒤덮일 때까지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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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이 이 낯선 당에 무엇 하러 왔나?”
“연금술사란 게 뭐 하는 사람인가?”
“자연과 세계를 아는 사람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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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만물의 언어를 또 한번 드러내 보였다. 이제까지는 끝없이 펼쳐진 자유의 공간이었던 사막이 절대로 넘어서지 못할 장벽으로 변해버린 것이었다.
“그대 자신을 절망으로 내몰지 말게. 그것은 그대가 그대의 마음과 대화하는 걸 방해만 할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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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의 신화를 사는 자는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알고 있다네. 꿈을 이루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오직하나,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일세.”
“만일 제가 해내지 못하면요?”
“그대 자아의 신화를 살다가 죽게 되는 것이지. 자아의 신화가 존재한다는 것조차 모르고 죽음에 이르렀던 무수한 사람들보다는 훨씬 낫네. 정녕 걱정하지 말게. 대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 자신의 생명을 더욱 돌아보게 만드는 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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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신께서 만드신 것들 중 눈에 보이는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네. 연금술이란, 절대적인 영적 세계를 물질 세계와 맞닿게 하는 것일 뿐이지.”
“누가 죽는단 말인가? 죽는 것은 그대일 뿐, 나는 바람으로 변할 줄 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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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기 마음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사막이 그의 마음속에 도사린 두려움을 같이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사막과 마음은 하나의 언어로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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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매가 너의 모래땅 위를 나는 것과 같은거야.’
‘만물은 그렇게 순환하는 거야.’
‘그래, 그게 사랑이야. 그 사랑이 바로 모래 위의 생명들을 매로 변하게 하고, 매를 사람으로, 사람을 다시 사막으로 변하게 하는거지. 그 사랑이 납을 금으로 변화시키고, 다시 금을 대지로 되돌려주는 힘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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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는 조용히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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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너는 바람이 될 수 없어. 우리는 너무도 다른 존재야.’
‘그렇지 않아. 너와 함께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나는 연금술의 비밀을 알게 되었어. 내 안에는 바람과 사막, 대양, 별들 그리고 우주에서 창조된 모든 만물이 존재하고 있어. 우리에게는 같은 영혼이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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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물에는 저마다 고유한 자아의 신화가 있다고. 사람은 바람으로 변할 수 없어.’
‘인간과 바람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우리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말이야.’
‘그건 사랑이라고 하는 거야. 사랑을 할 때 우리는 천지만물 중의 그 어느 것이라도 될 수 있어. 사랑을 할 때 우리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이해할 수가 있어. 모든 게 다 우리 마음속에서 일어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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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남자들은 두려움을 느껴서는 안 되었다.
‘네가 사랑을 알 거라고 바람이 말해줬어. 만일 네가 사랑을 안다면, 만물의 정기 또한 알고 있을 거야. 만물의 정기는 사랑으로 이루어진 것이니까.’
‘그 정기는 내 영혼과 대화를 나누지.’
‘만물의 정기가 말했어. 광물과 식물들만이 만물이 모두 하나라는 걸 이해하고 있다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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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에게는 저마다 자아의 신화가 있고, 그 신화는 언젠가 이루어지지. 그게 바로 진리야. 그래서 우리 모두는 더 나은 존재로 변해야 하고, 새로운 자아의 신화를 만들어야 해. 만물의 정기가 진정 단 하나의 존재가 될 때까지 말이야.’
‘바로 그게 연금술의 존재 이유야. 우리 모두 자신의 보물을 찾아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게 연금술인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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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의 우리보다 더 나아지기를 갈구할 때,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도 함께 나아진다는 걸 그들은 우리에게 보여주는 거지.’
‘왜냐하면 사랑은 사막처럼 움직이지 않는 것도 아니고, 바람처럼 세상을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야. 그렇다고 너처럼 멀리서 만물을 지켜보는 것도 아니지. 사랑은 만물의 정기를 변화시키고 고양시키는 힘이야. 만물의 정기를 키우는 건 바로 우리 자신이야.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도 우리의 모습에 따라 좋아지거나 나빠지는 거지. 사랑을 하게 되면 항상 지금의 자신보다 더 나아지고 싶어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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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들 기록하신 그 손을 찾아가봐.’
그 순간 그는 온 우주가 침묵 속에 잠긴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절대 고요 속에 자신을 내맡겼다. 사랑의 격류가 가슴속에서 용솟음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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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만물의 정기 속으로 깊이 침잠해들어가, 만물의 정기란 신의 정기의 일부이며, 신의 정기가 곧 그 자신의 영혼임을 깨달았다. 바로 그 순간, 그는 자신이 기적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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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두 사람, 연금술사와 사령관만이 미소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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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내 자아의 신화이지, 그대 자아의 신화가 아닐세. 난 그저 이러한 일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려 했을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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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사랑으로 가득 찬 삶을 살았고 고귀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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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하는가는 중요치 않네. 이 땅 위의 모든 이들은 늘 세상의 역사에서 저마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니. 다만 대개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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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보물이 있는 곳에 그대의 마음 또한 있을 것이네.”
그의 마음은 또한 자아의 신화와, 시대적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에 맞서 머나먼 땅이나 아름다운 여인을 찾아 떠나갔던 많은 이들의 전설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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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결코 자아의 신화와 결별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준, 사막의 한 여인을 만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감사했다.
연금술사는 자신의 학문과 기술을 그 누구에게도 과시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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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잃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돈으로 죽음을 미룰 수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아.”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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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닐세.”
“만일 내가 미리 일러주었더라면, 그대는 정녕 피라미드를 보지 못했으리니. 어땠나? 아름답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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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마, 기다려요. 이제 그대에게 달려가겠소.”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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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유배기였다.
우리가 마음 깊이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마침내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것이었다.
“그럼 세 번째 부류는요?”
“연금술이라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으면서도 연금술의 비밀을 얻고, 자신의 삶 속에서 ‘철학자의 돌’을 발견해낸 사람들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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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의 언어란 만물의 정기, 도는 카를 구스타프 융이 말한 집단 무의식에 도달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이해했다. 그것은 하루하루 자아의 신화를 살아내는 세상 모든 사람 앞에 조용히 열려 있었다. 만물의 정기 속으로 깊이 잠겨 들어가 만나게 되는 ‘하나의 언어’, 그것일 터였다.
07122015 from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