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제목 : 인연1 - 일타 큰스님 이야기
저자 : 정찬주
출판사 : 작가정신
page 85
"부처님 말씀에 눈은 잠을 먹이로 삼고, 귀는 소리를 먹이로 삼고, 코는 향기를 먹이로 삼고, 혀는 맛을 먹이로 삼고, 몸은 촉감을 먹이로 삼는다고 했거늘, 쯧쯧.
스님이 되려면 잠과 소리와 향기와 맛과 촉감을 조복하지 않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조복은커녕 그것에 잡아 먹히고서 어찌 스님이라 할 수 있겠느냐."
page 129
"......중략......정견正見이란 사실을 사실대로 바라보는 것이니까요."
혜각은 계곡의 맑고 차가운 물 같았다. 자신의 은사 가족을 신격화하는 것을 단호히 거부했다. 인간의 모습 그대로 바라보고자 했다. 신격화하는 것은 오히려 인간의 체온을 없애는 것과 같다고도 말했다.
page 136
'인생이란 거추장스럽고 보잘것없는 달팽이집 같은 것에 같혀 웃고 울며 꿈꾸고 사는 일이 아닐까.'
'그렇다. 달팽이집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나의 비극일지도 모른다. 나의 달팽이집은 무엇일까. 한순간도 놓기 싫어하는 내가 집착하는 것들이 아닐까. 당의정처럼 달콤하여 늘 나를 유혹하는 것들이 아닐까.'
page 140
저 아가위는 돌배의 종류에 속하는 것이어서 비록 향기는 있어도 맛이 떫다. 억지로 씹으려 해도 향기로는 배를 채울 수 없고 떫은맛은 입을 상쾌하게 할 수 없으니, 삼척동자라도 이것을 찾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주렁주렁 가지에 매달려 스스로 만족하는 그 모습이 아름다운 것이다.
page 141
"환희심이란 무엇입니까."
"나도 저렇게 돼야지 하고, 신심이 울컥 솟아나는 것을 불가에서는 화희심이라고 합니다. 성철 스님의 가풍은 여러 가지일 수 있으나 저는 수좌로서 초연한 모습을 들곤 합니다. 그런 모습은 공부가 익은 수좌한테서만 나올 수 있는 자존입니다. 성철 스님의 출가시를 보면 당신은 출가하지 전부터 이미 어느 정도 공부가 익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
page 142
하늘에 가득한 큰일도 이글대는 화로 속의 눈송이요
바다를 가르는 웅장한 기틀도 따가운 햇볕 속의 이슬이로다
누가 덧없는 꿈꾸며 살다가 죽기를 달게 여기리오
떨쳐 일어나 영원한 진리를 홀로 밟으며 나가리라
彌天大業紅爐雪跨海雄基赫日路誰人甘死片時夢超然獨步萬古眞- 성철 스님 출가시 -
page 162
"세간에서 잘들 살아라. 세상의 일이란 그림자나 메아리와 같고, 인과는 분명한 것이어서 조금도 에누리가 없는 것이니라."
세상만사는 그림자나 메아리처럼 덧없이 사라지고 말지만 인과는 분명하게 나타나는 것이니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부지런히 공부하고 정진하라는 당부였다.
page 163
"버려라. 오랫동안 기뻐하거나 슬퍼하는 것도 병이다. 집착이다."
page 243
"우리는 참된 벗을 얻는 행복을 기린다. 자기보다 뛰어나거나 비슷한 벗과는 가까이 친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벗을 만나지 못 할 때는 허물을 짓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어떤 벗이 좋은 벗이고 나쁜 벗인가. 훗날, 일타는 초심자들에게 [계초심학인문]을 가지고 법문할 때마다 [아함경]에 나오는 부처가 설한 '벗의 조건'을 인용하곤 했다. 출가자이든 재가자이든 종교가 무엇이든 간에 남녀노소 누구라도 거울처럼 그 사람됨을 비추어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부처가 설한 좋은 벗이란 이러했다.
"첫째는 그릇됨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사람이니, 마음을 바르고 생각이 어질고 원願이 커서 능히 남의 그릇됨을 잘 분별하고 그치게 할 줄 아느니라.
둘째는 자비심이 있는 사람이니, 남의 이익을 보면 함께 기뻐 할 줄 알고 남의 잘못을 보면 근심할 줄 알며, 남의 덕을 칭찬할 줄 알고, 남의 악한 행위를 보고 능히 자신의 악을 구제할 줄 아느니라.
셋째는 모든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이니, 남의 게으름을 방관하지 않고 남의 재산에 손상을 입히지 않으며, 남으로 하여금 공포를 느끼지 않게 하고 조용히 훈계할 줄 아느니라.
넷째는 이익이 되는 일과 행동을 함께 하는 사람이니, 자신의 몸과 재산을 아끼지 않고 공포로부터 구제하며, 함께 깨닫기를 잊지 않느니라."
반면에 부처가 설한 나쁜 벗이란 이러했다.
"첫재는 두려움을 주어 상대방을 억누르려고 하는 사람이니. 먼저 주고 나중에 빼앗거나 적게 주고 많이 바라거나 사리사욕을 위하여 힘으로 친교를 맺는 사람 등이니라.
둘재는 감언이성리 많은 사람이니, 선과 악을 구별하지 못하거나 겉으로는 착한 척하면서도 비밀이 많으며, 남의 고난에 처하였을 때 구제하지 않거나 모른 척하는 사람들이니라.
셋째는 폭력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이니,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광기를 부리거나 조그마한 허물을 큰 시빗거리로 삼아 주먹을 휘두르는 사람들이니라.
넷째는 덕이 되지 않는 사람이니, 술을 마시거나 도박을 할 때, 음행이나 노래 부르고 춤을 출 때만 벗이 되는 사람 등이니라."
page 260
"지지부진 진취가 없거든 산에 가서 발을 쭉 뻗고 실컷 울어라. 뼈에 사무치는 울음을 울어야 한다. 참선 공부는 철저하게 생명을 걸고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상에 돈 버는 것도 10여 년간 풍풍우우風風雨雨에 피땀 흘려야 가능한데, 하물며 가치를 따질 수 없는 무가보인 자기보장(自己寶藏, 마음부처)을 찾는 수행은 생명 걸고 하지 않으면 도저히 이를 수 없는 것이다. 그저 간단없이 오나가나 앉으나 누우나 일여一如해져서 전에는 그렇지 않던 것이 그저 밥 먹을 때도 들리고 가도 들리고 대소변을 보던지 이야기를 해도 못전에 역력히 드러남은 물론 꿈 가운데서도 일여해서 화두가 독로獨露해야 한다."
경봉은 삶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신도에게도 자상하게 얘기하고 있었다.
"인생은 연극이다. 중은 중의 배역을 잘해야 하고, 속인은 속인의 배역을 잘해야 한다. 그래야 멋들어진 연극이 된다. 이왕 사바세계에 왔으니 근심 걱정 놓아버리고 한바탕 멋들어지게 살아라."
신도에게 용기를 주는 얘기도 하고 있었다.
"사람과 만물을 살려주는 것은 물이다. 갈 길을 찾아 쉬지 않고 나아가는 것은 물이다. 어려운 굽이를 만날수록 더욱 힘을 내는 것이 물이다. 물처럼 살아라."
page 286
출가 전에 참외를 먹고 나서 개울물에 멱을 감던 추억이 떠올랐다. 일타는 고개를 흔들었다. 지나간 시간이나 아직 오지 않은 다가올 시간을 생각하는 것은 망상일 뿐이었다. 실재하지 않은 허깨비일 따름이었다.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이었다.
더위를 이기려면 더위 속으로 들어가고, 추위를 이기려면 추위 속으로 들어가라는 선사의 말도 지금 이 순간을 벗어나지 말라는 경책이었다. 덥다고 겨울을 기다리는 것이나 춥다고 여름을 기다리는 일은 지금 이 순간을 온전하게 살지 않는 어리석음이었다.
page 288
"너는 너무 말이 많다. 말이 맣은 놈은 실천이 적은 법이다."
또 이런 당부도 했다.
"너는 네 집에 있는 것이 아니고 남의 집으로 가고 있다."
남의 집이란 통도사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통도사에서 어른스림을 모시고 살려면 적어도 이런 정도는 지켜야 한다는 당부였다.
"내가 왜 이런 얘기를 너에게 하는 줄 알겠느냐. 네 것이 아닌 것에는 절대로 눈길도 주지 말거라. 네 마음속에서 진심이 달아나니까. 한 푼이라도 생기거든 큰스님에게 보여드리고 말씀드려야 한다."
추금의 당부는 어린 일탕[ㄱ[ 낯선 절 생활을 하는 데 좌우명이 되었고, 은사인 고경에게 칭찬과 신뢰를 받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니 일타는 추금을 고마워하고 그리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미승 시절 내내 첫째 말을 적게 하고, 둘째 내 것이 아닌 것에는 절대로 눈길도 주지 않는다는 철칙이 일타의 좌우명이었다.
page 335
마음은 만법의 왕이니
일체는 오직 마음이 창조하도다
본래의 너를 깨달아
법의 등불을 온 누리에 비추리라
心是萬法王
一切唯心造
悟得本來汝
法燈照法界
- 혜인 스님 게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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